‘검은 황금’으로 불린 후추
과거 진주 한 알과 가치 동일
항산화 효과 있는 피페린 풍부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듄’ 시리즈의 주된 내용은 1만 191년 스파이스라고 불리는 환각제의 일종인 멜란지를 두고 벌어지는 ‘스파이스 전쟁’이다.
영화와 관련해 많은 해석이 분분하지만, 듄 시리즈의 캐치프레이즈인 “스파이스를 지배하는 자, 우주를 지배한다”라는 문구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스파이스는 향신료에서 모티프를 따 온 물질이다. 실제 “향신료를 가진 자가 유럽을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거 향신료는 유럽 열강들 사이에서 무역 전쟁을 일으킨 주된 원인이었다.
지금에야 향신료가 대중적인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지만, 과거 향신료는 매우 구하기 어렵고 비싼 귀중품이었다. 향신료를 차지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바로 ‘대항해시대’와 ‘제국주의’이다. 신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한 콜럼버스는 후추를 찾기 위해 대서양을 건넜다.

이후 유럽인들은 향신료 무역에 뛰어들었고,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독점을 위해 결국 식민지를 건설하기까지 이르렀다. 특히 영국의 동인도 회사 설립에 자극받은 네덜란드는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기 위해 1602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VOC)를 세웠다.
네덜란드는 육두구(넛멕)의 독점을 위해 주산지였던 반다제도의 토착민들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육두구는 당시 흑사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한 줌에 집 한 채, 선박 한 척과 맞먹을 정도로 비쌌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역사를 가장 많이 써 내린 향신료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그 역사가 오래된 후추는 한때 보석보다 귀하게 여겨졌다. 중국에서는 후추 알갱이 한 알의 가격이 진주 한 알과 맞먹어 ‘검은 황금’으로 불렸으며, 화폐 대용으로 사용될 정도였다.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열대 지방에서 주로 생산되는 후추는 공급량이 늘어나며 서서히 대중화가 되면서 그 가치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필수 향신료로 꼽힌다. 특히 유럽과 아메리카에서는 “salt and pepper“라는 관용구가 있을 정도다.

후추는 색에 따라 백후추, 녹후추, 적후추, 흑후추로 나뉘지만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흑후추가 유통된다. 다른 색을 띠는 후추보다 저장성이 우수한 흑후추는 얼얼한 맛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후추에 함유된 성분인 ‘피페린(piperine)’이 다른 색의 후추보다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알칼로이드(alkaloid)의 일종으로 알려진 피페린은 뛰어난 항산화 효과를 지니고 있어 몸속의 염증을 줄여 주고, 암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 무엇보다 피페린은 비타민 B6, 비타민 C, 아연, 셀레늄, 레스베라트롤, 커큐민, 카테킨 등의 성분이 잘 흡수되도록 돕는다.
이 때문에 커큐민이 많이 함유된 강황이 주재료인 카레와도 잘 어울리는 조합으로 꼽히기도 한다. 커큐민은 항암, 항염증 효과가 뛰어나지만, 체내 흡수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는데 피페린은 커큐민 흡수율을 최대 20배 높여 체내 흡수를 돕는다.

그러나 후추를 섭취할 때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존재한다. 이는 후추의 성질과 관련이 있다. 가열 전의 후추는 극소량의 아크릴아마이드를 함유하고 있지만, 가열하게 되면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이 최대 10배까지 높아진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2A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아크릴아마이드는 음식을 120°C 이상으로 가열하면 생겨나기도 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음식을 조리할 때 후추를 사용하려면 조리를 마친 직후 뿌릴 것을 권장한다. 불가피하게 조리 전이나 중에 넣어야 한다면 물에 삶아 사용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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