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유고래의 배설물인 용연향
루왁커피 재료 되는 사향고양이
1kg에 수백만 원 호가해
모든 생물은 살아가기 위해 영양분을 섭취하고 남은 몸 안의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배설을 한다. 이 과정에서 몸 밖으로 빠져나오는 물질을 ‘배설물’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소변과 땀, 대변 등을 일컫는다.
이들은 음식물 부패 과정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황화수소, 메탄, 질소 등의 다양한 물질들 때문에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배설물은 그 자체로 혐오감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일상 언어에서도 부정적인 비유로 자주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배설물이 그러한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돈을 주고 절대 사지 않을 것 같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배설물도 존재한다.
1. 향유고래의 배설물, 용연향
간혹 해외 매체에서 해변가에서 ‘이것’을 주워서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에는 태국에서 한 어부가 태국 남부 나콘시 탐 마랏의 한 해변에서 100㎏에 달하는 이 덩어리를 발견해 9,600만 밧화(약 35억 원)의 주인이 됐다.
이 덩어리가 바로 ‘바다의 보물’이라고 불리는 용연향이다. 처음 발견했을 때는 색도 어둡고 악취도 심해 그저 썩은 물건이나 배설물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귀한 향료다.
용연향은 수컷 향유고래의 위에서 만들어진 결석이 체외로 배출된 것으로 고래의 입과 항문을 통해 배설된다. 주로 바다 위를 떠다니거나 죽은 고래에서 발견된다.
용연향은 침향, 사향 등과 함께 세계 3대 향료로 취급될 정도로 조향사들 사이에서는 최고급 재료로 분류된다. 잘 말린 용연향에서는 나무 냄새나 흙냄새가 나며, 일반적으로 알코올이나 소금물에 오랜 시간 녹여 사용한다. 엠브레인이라는 물질 때문에 다른 향과 섞어 사용하면 다른 향기를 증폭시키고 오래 가게 해 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용연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연향을 향수 원료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체외로 배출된 후 햇빛 등을 받아 산화되면서 충분히 건조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 수컷 향고래 100마리 중에서 한두 마리에서만 발견될 정도로 희소성이 높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최고급 품질은 1kg당 약 3만 파운드(약 4,800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그 가치가 엄청나다.
2. 루왁커피의 재료가 되는 사향고양이의 대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라 부르는 루왁커피 한 잔은 약 5만 원이다. 이렇게 비싼 가격에 형성되어 있는 이유는 루왁커피에 사용되는 원두가 생산되는 양이 한정되어 있어 희소성이 있기 때문인데, 100g에 약 40만 원을 호가한다. 이 재료는 바로 인도네시아 긴꼬리 사향고양이의 대변이다.
루왁커피의 원두는 사향고양이의 소화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잡식성인 사향고양이가 커피체리를 섭취하면 커피 열매의 과육과 과피는 소화되고, 씨만 변으로 배출하게 된다. 생두는 이러한 소화 과정을 거치면서 사향고양이의 장기 내 수분 및 온도로 사향고양이의 침·위액과 섞인 채 적절히 숙성되고, 특별한 맛과 향을 지니게 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루왁커피의 원리를 이용해 만들어진 ‘코끼리똥 커피’도 존재한다. 코끼리똥 커피는 원두가 코끼리의 위를 통과하면서 커피의 쓴맛을 내는 단백질 성분이 분해되는 발효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쓴맛이 거의 나지 않아 달콤하고 목 넘김이 부드러운 등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하지만 코끼리에게는 약 30kg의 커피 열매를 먹여야 1㎏ 정도의 원두를 추출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이 떨어져 희소성이 높다. 코끼리는 사람이 찾기 힘든 곳이나 강물에 배설하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코끼리똥 커피는 1㎏에 200만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친환경 농업이 활발해지면서 천연 비료로 활용되는 배설물도 존재한다. 이는 바닷새의 배설물이 오랜 세월 쌓여 응고되어 화석화된 물질인 구아노이다.
구아노는 주로 바닷새가 많이 번식하는 남미 페루와 칠레 해안에서 대량으로 발견된다. 질소와 인산, 칼륨이 풍부해 친환경 농업의 고급 비료로 사용되며 과거에는 화약 원료로도 활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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