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관광단지 APEC 개최
‘흉물’ 콩코드호텔 10년째 방치
제 2의 잼버리 사태 우려 쏟아져

지난 1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현황을 살펴보고자 경북 경주를 방문한 가운데 APEC 개최를 불과 5개월 앞두고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경주시 내 보문관광단지에서 곳곳에 흉물로 변한 대형 건축물들이 방치되어 ‘국격이 추락할 수 있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등장한 것이다.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한때 수학여행의 성지로 평가됐던 화려한 시기를 지나 시설 노후 등으로 관광객의 외면을 받은 국내 1호 관광단지다.
특히 수년 전부터 폐업한 호텔의 방치와 함께 낡은 시설이 자리 잡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요구됐다. 실제로 보문관광단지는 APEC 정상회의의 주무대가 될 장소로 거론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주 보문관광단지에서 10월 말부터 일주일간 열릴 예정인 APEC 정상회의에는 21개국 회원국 정상과 경제인 등 2만여 명이 찾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주 회의장인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HICO) 반경 1km 이내에는 대형 호텔·상가·위락시설 등 4곳이 폐허로 변해 있다는 보도가 나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일 더팩트의 보도에 따르면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에서 900여m 떨어진 콩코드호텔이 10여 년 째 유령 건물처럼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콩코드호텔은 지난 1979년 개장한 특급호텔로 많은 이들이 찾았으나, 2015년 모기업의 부도로 인해 폐업 수순을 밟았다.
이후 경남 지역의 한 건설업체가 지난 2016년 콩코드호텔을 인수한 뒤 리모델링해 다시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현재까지 방치됐다.
이어 보문관광단지 내 핵심 상업 시설인 보문상가 역시 6년째 폐허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당초 지난 2019년 경북관광개발공사가 해당 상가를 한 업체에 매각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활용 방안을 도출해 내지 못한 것이다.

특히 보문상가는 아울렛 매장으로 재개장 할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건축물 구조 변경의 어려움 및 수익성 문제로 인해 ‘유령 상가’로 남게 됐다.
더하여 2일 보문관광단지 내 주요 행사장의 공정률이 20~40% 수준에 머물러 있고, 숙박·교통·홍보 등 핵심 요소 전반이 미흡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제적 외교무대이자 국가의 명예가 걸린 APEC 정상회의가 자칫 ‘잼버리 사태’처럼 실패한 국제행사로 기록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전반에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문관광단지를 관리하는 경북문화관광공사와 경주시의 고민은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북문화관광공사의 ‘잘못된 조직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더팩트를 통해 “경북문화관광공사가 10여 년 전 한국관광공사에서 분리됐으나, 수익 사업 담당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직원 성과급제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면서 “이 제도가 보문관광단지 슬럼화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경북문화관광공사 측은 ‘보문단지 슬럼화’ 개선 방안에 대한 질의에 별다른 답변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경주시 관계자는 “문 닫은 숙박시설을 어떻게 할지 아직까지 방법을 찾지 못했다. 다만 보문상가의 경우 정상회의 기간 국가별 사무실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일 우원식 의장은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준비 상황 보고회에 참석해 외교부와 경북도, 경주시 관계자들로부터 준비 과정을 청취하고 실무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 품격과 지방의 가능성을 세계에 보여줄 기회”라며 “잘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 안심되지만, 핵심 시설 공사와 관련해 정상회의 전까지 다 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화답한 김학홍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경북도가 예비비를 투입해 준비했고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며 “준비 기간은 짧지만, 세계적 수준으로 정상회의장을 만들고 한국의 역사나 아름다움을 홍보할 수 있는 장으로 만찬장을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주낙영 경주시장은 “1차 추경으로 다소 숨통이 트였지만, 도시 경관 개선이나 미디어파사드, 긴급 의료센터 마련에 어려움이 있어 예산 확보에 도움을 주면 좋겠다”며 “정상회의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게 포스트 APEC 경주로 이어지도록 기념관이나 기념 숲 조성도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 보문관광단지를 둘러싼 시민들의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는 가운데 향후 경주시와 경북문화관광공사가 뾰족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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