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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운동화의 자존심”이었는데…단 2년 만에 몰락한 기업

윤미진 기자 조회수  

황효진이 창업한 스베누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
사기 및 횡령 혐의로 피소

"국산 운동화의 자존심"이었는데...단 2년 만에 몰락한 기업
출처 : 황효진 페이스북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맨유)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화제가 됐던 국내 신발 브랜드가 있다. 당시 맨유는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며 EPL의 전통적인 강호의 위치에 있었던 데다, 축구선수 박지성이 오랜 시간 몸담으며 활약했던 팀으로 국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던 구단이었기에 단연 화제가 됐다.

무엇보다 맨유와 파트너십을 맺은 브랜드는 론칭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신생 브랜드였다. 이 브랜드는 바로 2013년 황효진 씨가 창업한 ‘스베누’다.

2000년대 후반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 아프리카TV 초창기부터 ‘소닉’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오던 황효진 씨(29)는 2012년 ‘신발팜’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미 아프리카TV 내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었던 황 씨는 방송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광고했고, ‘신발팜’에 투자하면 매월 투자 이익금으로 투자금의 2%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산 운동화의 자존심"이었는데...단 2년 만에 몰락한 기업
출처 : 스베누 제공

투자를 유치한 황 씨는 2013년 10월 신발팜을 통해 브랜드 ‘스베누’를 처음 선보였다. 스베누는 초기부터 신생 업체치고는 엄청난 수준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빠르게 인지도를 넓혀 갔다. 초기에는 페이스북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시작해 AOA에서 아이유, 배우 송재림, 클로이 모레츠 등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여기에 주된 타깃층인 중고등학생들을 공략하기 위해 드라마나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 같은 예능에 협찬해 PPL로도 모습을 비췄다. 당시 유행하던 e-스포츠인 리그 오브 레전드에 후원사로 참여하고, 프로 게임단 ‘스베누 소닉붐’을 창단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맨유와의 스폰서십 또한 이러한 공격적인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실제로 이러한 마케팅은 스베누라는 브랜드를 대중들에게 알리기에 충분했다. 스베누는 출시 6개월 만에 5만여 켤레 판매를 달성하면서 2014년 104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전국에 100곳이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유치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외적인 요소에 너무 많은 집중을 했다는 점에 있었다. 마케팅에 치중한 나머지 회사의 재정 상황이 나빠진 것이다. 스베누는 약 1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2014년에 마케팅 때문에 적자를 기록했다.

"국산 운동화의 자존심"이었는데...단 2년 만에 몰락한 기업
출처 : 스베누 제공

이런 상황에서 품질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나이키, 아디다스 등과 맞먹을 만큼 비쌌던 가격대에 비해 스베누의 제품 품질이 현저히 떨어졌다. 스베누는 세탁 시 색상(염료)이 빠져 나와 옮겨붙는 ‘이염 현상’으로 논란을 빚었는데, 회사 차원에서의 대처 또한 좋지 못했다.

고객의 항의에 스베누 측이 “제품 설명서에 세탁 방법에 대해 명시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며 “스웨이드와 소가죽 재질 특성상 물세탁을 하지 말라는 사실을 상품에 별도로 고지한 데다 판매 시에도 고객에게 확인시켜 주고 있다”라고 안내한 것이다.

"국산 운동화의 자존심"이었는데...단 2년 만에 몰락한 기업
출처 : 스베누 제공

이미 브랜드의 이미지가 나빠진 상황에서 2015년 12월 ‘땡처리’로 논란을 빚으며 사태가 더욱 악화했다. 실제 일부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스베누 신발이 9,900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당시 아시아투데이는 자금난에 시달리던 스베누가 제조 업체들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서 생긴 일이라고 보도했다. 제조 업체에서 신발들을 헐값으로 시장에 풀면서 ‘땡처리’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실제 대금 미지급 문제로 인해 공장장이라고 알려진 한 남성은 탈의 후 자해 소동을 벌이기까지 했다. 이에 스베누 측에서는 에이전시 업체 하이키가 대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국산 운동화의 자존심"이었는데...단 2년 만에 몰락한 기업
출처 : 스베누 제공

그러나 하이키 측에서는 이러한 스베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이키는 “스베누가 결제한 261억 원 가운데 240억여 원을 하청업체에 지급했는데 횡령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며 오히려 스베누에서 200억 원대의 대금을 미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스베누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경영 정상화에 실패하면서 2016년 10월 폐업을 선언했다. 결국 재고 처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창고형 할인 매장인 오렌지팩토리를 통해 판매되며 영원불멸의 신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던 스베누는 론칭 2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한편, 창업자인 황 씨는 앞서 언급한 하이키와의 분쟁을 포함해 수백억 원대 횡령, 사기 혐의로 피소를 당했다. 그는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의 고가 외제차를 보유한 채 호화로운 생활을 즐겨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BJ 소닉의 이름도 함께 잊히는 듯했지만, 지난 2020년 돌연 “60건의 형사 건과 130개 정도의 민사 사건 모두 끝난 상태”라는 근황을 전해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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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진 기자
ymj@epigrap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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