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에 인기인 방 탈출
2007년 일본 탈출게임서 유래
기업 마케팅으로 이용하기도

문이 잠긴 방에 갇혀 제한 시간 안에 탈출하는 방 탈출 카페가 새로운 여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1인당 2만 원~4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몰릴 정도다. 이처럼 인기를 끄는 방 탈출은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단순한 놀이를 넘어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방 탈출은 2007년 일본의 SCRAP의 ‘리얼탈출게임’이 최초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일본에서는 무료 잡지에 소개된 ‘수수께끼의 잔치’라는 이벤트가 인기를 끌며 폐쇄된 공간에서 단서를 풀고 탈출하는 방식이 본격화했다. 유행하던 온라인 탈출 게임을 오프라인에서 구현하자는 취지였다.
한국에서 처음 소개된 것은 2015년이었다. 홍대에 ‘서울이스케이프룸’이 문을 열며 본격적인 붐이 일었다. 현재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다양한 테마와 형태로 진화했다. 2021년 10월 기준 국내 이용 가능한 방 탈출 테마는 약 1,700개로 알려졌다. 야외 방 탈출, AR 방 탈출, 온라인 방 탈출 등으로 진화하면서 방 탈출 문화는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방 탈출의 인기 요인은 몰입감과 스트레스 해소에 있다. 제한 시간 내에 팀원들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마치 게임의 주인공이 된 듯한 체험이 몰입도를 높여 주며 일상의 탈출구 역할을 한다. 실제 한 방 탈출 이용자는 ‘방 탈출을 하는 이유’를 질문하자 “게임에 몰입하면 업무 스트레스를 잊게 된다”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방 탈출은 테마만큼 형태도 다양하다. 주로 자물쇠형, 장치형, 아날로그형, 스테이지형, 협동형, 추리형 등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어 참여자의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자물쇠형은 초창기부터 존재해 온 가장 기본적인 형식으로, 문제 해결 중심의 재미가 있다. 장치형은 전자기기나 센서를 활용해 보다 액티브한 체험을 제공한다. 아날로그형은 조각을 맞추거나 막대기를 이용해 단서를 끄집어내는 방식으로 색다른 손맛을 준다. 협동형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팀원 간 의사소통이 중요하며, 추리형은 범인을 찾거나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방식으로 두뇌 회전과 논리적 사고를 요한다.

방 탈출은 이처럼 다양화를 거치면서 단순한 놀이를 넘어 콘텐츠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방 탈출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자사 드라마 ‘나인 퍼즐’을 홍보하기 위해 성수동 일대를 방 탈출 무대로 꾸며 참여자들에게 추리 형사 역할을 부여했다. 해당 이벤트의 경우 90%가량의 높은 예약률을 기록하며, 12일간 총 3,000여 명의 인원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IP를 활용해 팝업스토어를 방 탈출 형식으로 구성했고, LG전자는 LG 그램 노트북 기능을 게임의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해 제품 홍보 효과를 높였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 참가자의 98%가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도 방 탈출을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 중이다. 공공기관에서는 방 탈출의 스토리텔링 요소를 활용해 교육이나 지역 홍보에 이용하고 있으며, 방 탈출을 통해 시민들에게 더욱 흥미로운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경주시는 첨성대 일대에서 야외 방 탈출을 기획해 관광 비수기 홍보에 나섰다. 국방부는 국군의 날을 기념해 용산 일대에서 방 탈출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방 탈출은 아직도 여전히 매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방 탈출의 대중화에 한계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1시간 내외의 체험에 평균 2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고 인원수에 따라 차등 요금제가 적용된다.
비싼 곳의 경우 인당 5만 원이 넘어가는 곳도 존재한다. 최근 세트장 형식의 대규모 방 탈출이 유행하면서 여러 개의 방이 이어지거나 야외에서 진행하는 경우도 생기면서 점차 가격이 높아지는 추세다. 또한 콘텐츠의 질적 편차와 내부 정보 공유의 제한은 진입 장벽을 높이는 이유가 된다.
실내의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안전 문제도 제기된다. 2019년 폴란드의 한 방 탈출 카페에서 화재가 발생해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 이후 그에 대한 경각심은 더 높아졌다. 이에 2022년 6월 국내에서도 ‘다중이용업소’에 포함되면서 안전 기준이 강화됐다.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소방 점검 및 비상벨, 완강기, 사다리, 소화기, 비상구 등의 안전시설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다중이용업소 지정 전에 문을 열어 소급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밀폐된 구조에서 실제 화재나 사고 발생 시 빠르게 대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 탈출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 중이다. 방 탈출은 이제 소비자의 시간을 사는 콘텐츠로 각기 다른 목적과 형식을 통해 사람들의 몰입과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서울 홍대와 일산에서 방 탈출 카페를 운영 중인 정주영 대표는 방 탈출이 단순한 오락이 아닌 창의적이고 몰입도 높은 체험 산업임을 강조했다. 그는 실제 월 매출 3,000만~4,000만 원을 기록 중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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