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 1973년 후 최대 낙폭
트럼프, 과도한 감세 정책 영향
원화값 8개월만 ‘최고치’

많은 이들에게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달러가 저조한 흐름을 보이며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는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 국가 신용등급 강등, 대규모 감세 법안 및 재정 적자 확대 우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약화 가능성 등이 맞물린 결과로 파악된다.
실제로 미국 달러의 가치는 상반기에만 10% 넘게 떨어졌다. 이는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1973년 이후 가장 침체한 모습이다. 6개월 기준으로는 2009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2009년이 금융위기가 왔던 시점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 달러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달러인덱스는 올해 상반기 달러의 가치가 1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와 비교해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수치다. 이는 14.8%를 기록했던 1973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매체는 올해 하반기에도 달러 약세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정책 변동성 등이 그 이유다. 달러가 약세함에 따라 원화값은 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지난 3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50.0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종가)를 마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0.55% 감소한 수치이며 돈으로는 7.4원이 하락한 셈이다.
해당 금액은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 기록된 수치다. 2일 기준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5분 기준 1,355.1원으로 확인됐으며, 이는 전날 주간 거래 종가 대비 0.8원 떨어진 수치다. 이날 달러인덱스는 96.673로 집계됐다. 연고점이 110인 것을 고려하면 급락한 수치다.

달러 약세는 미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 수출에 긍정적인 포인트가 되지만 수입 물가 상승과 미국 자산 투자 매력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투자공사(KIC)가 미국채를 계속 보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목이 쏠렸다. 1일 박일영 KIC 사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채권은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단기 시장 변동성에 관계 없이 만족하고 있다”라며 “당분간은 미국채를 포트폴리오의 핵심으로 유지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그는 “포트폴리오에서 미국채 비중을 변경할 계획은 아직 없으며 구체화하지도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채권 투자의 본질은 안정성과 유동성 확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중국, 캐나다 등 다른 나라와 상반된 행보를 보인 것이다. 달러는 미국채 투자 수익률에 직결되는 핵심 변수다.
미국채 투자는 원화에서 미국 달러로 환전한 후 진행된다. 따라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수익을 얻기 힘든 구조다. 여러 국가들이 미국채 보유를 줄이는 배경에도 이러한 환율 리스크가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달러 약세 흐름이 일시적인지 구조적인 전환의 시작인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달러의 향후 움직임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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