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로 주로 쓰이는 은행나무
천식, 가래, 기침 등에 효과
독성물질 있어 섭취에 주의
1980년대 서울 시내 가로수 중 3위에 그쳤던 은행나무는 자동차 배기가스 같은 매연과 분진 등 공해(公害)에 강하다는 점과 화재와 병충해에 강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현재는 대표적인 가로수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0만 5,086그루의 시내 가로수 중 은행나무가 10만 6,205그루로 약 35%의 비율을 차지할 정도다.
문제는 가을철마다 발생하는 악취다. 은행 열매가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고약한 냄새와 오염으로 인해 각 지자체는 매년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2011년 국립산림과학원이 ‘암수 감별 DNA 분석 기술’ 개발에 성공하기 이전에는 암수 구별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술 개발 이전에 심어진 암나무에서 매년 열매가 맺혀 떨어지면서 도시의 미관을 해치고 악취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특유의 고약한 냄새로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되는 은행 열매는 풍부한 영양을 담고 있는 약용 식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은행나무 열매에는 어떠한 효능이 존재할까?
1. 폐와 호흡기 건강에 도움
한방에서 ‘백과(白果)’라고 불리는 은행은 폐를 따뜻하게 하고 호흡기 기능을 강화하는 데 좋은 식품으로 소개된다. 천식, 가래, 기침 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평소 호흡기나 기관지가 좋지 않을 때 은행을 섭취하기도 한다. 호흡 기능을 왕성하게 하고 염증을 없애며 결핵균의 발육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 한방에서는 만성 기관지염으로 기침과 가래가 심할 때 은행씨를 넣어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2. 뛰어난 항산화 효과와 피로 해소
은행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체내 활성산소 제거에 효과적이다. 이는 암세포 억제와 노화 방지, 면역력 증강에 이바지한다. 또한, 은행에는 레시틴과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함유돼 있어 몸의 피로를 풀어 주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평소에 만성 피로가 심한 사람이 꾸준히 섭취하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여기에 비타민 C와 비타민 E도 풍부해 피부 탄력을 유지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꾸준히 챙겨 먹으면 피부 미용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3. 혈액순환과 심혈관 건강
은행에는 징코플라본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징코플라본은 혈액의 응고를 방지하고 혈관 내 혈류 흐름을 원활히 해 준다. 실제 징코플라본 성분은 시중에 판매되는 동맥경화 등의 혈관계 질환 예방 효과가 뛰어나 관련 의약품 원료로도 사용된다.
4. 시력 보호
은행에는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A와 ‘징코라이드’가 포함돼 있다. 이는 눈의 노화를 늦추고 야맹증을 개선하며, 황반변성이나 녹내장 같은 안질환 예방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또한, 징코라이드는 뇌세포를 손상해 치매를 유발하는 ‘플라크’의 축적을 억제하고, 뇌세포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혈행을 개선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세한 모세혈관이 집중된 안구의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주어 황반변성, 녹내장 같은 안질환을 예방해 눈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이 외에도 은행은 요실금 및 야뇨증 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틸피리독신은 뇌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뇌전증 환자나 간질 증상이 있는 사람은 은행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메틸피리독신의 경우 열을 가해도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과잉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성인은 하루 10개 이하, 어린이는 2~3개 이하로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 열매를 줍거나 다룰 때 맨손을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은행 외피에는 방충 효과를 위한 빌로볼, 징코톡신, 징콜릭산 등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어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성 또는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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